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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둘기 퇴치

    우리 집 실외기는 비둘기의 그늘막이자 쉼터이자 터전?

     

    우리 집 실외기는 오래된 아파트여서 베란다 밖에 설치하게 되어있고 베란다 난간에 의지하는 게 아닌 나름 밖에 공간에 설치된다. 10년 전 인테리어 하면서 천장형에어컨을 5대 들여놓고 실외기 한 개(나름 그때만 해도 대용량, 전문가들이 알아서 설치해 놓는 거니 잘 모른다)를 들여놨다. 그 실외기가 4개의 모서리에 받침대가 있게 바닥과 공간을 띄워서 놓여있어서 위아래로 바람이 잘 통하게 하려나 싶었다. 그런데 나중에 지나와보니 실외기 밑은 비둘기새끼의 공간이었고 실외기와 베란다난간 사이는 비둘기의 지나가는 통로가 되었던 것이다. 이제 와서 말이지 실외기 위에서 비둘기가 볼일을 보면 에어컨 실외기 뒤에 설치된 에어컨 가스배관들에 비둘기똥이 다 묻었으리라.... 사실 쳐다보지도 않고 그쪽문은 열지도 않았다. 자주 비둘기가 에어컨실외기 위에서 우리를 내다보는 거 같아서 커튼으로 가리고 그쪽으론 문도 안 열었다. 어떤 때는 새끼 비둘기 소리도 들렸으니까.     

     

    약 6~7년 전 설치한 초기 셀프 비둘기 퇴치망

     

    그때는 셀프로 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아니 아파트 다른 호실들의 에어컨실외기를 보면 그냥 방치가 많았다. 아님 흐늘흐늘한 초록망을 덮어놓는다던가(개인적으로 비둘기 다리가 걸려서 대롱대롱거리면 어쩔라고 저러나 싶게 끔) 딱히 참고할 만한 게 없었다. 아님 제대로 설치한 거처럼 보이는 한두 집? 인터넷을 서치 해서 찾아보면 대략 50은 들 거 같은 문구들로 엄두가 안 나서 돈을 아낀다는 차원으로 망을 찾아보기 시작한다. 하얀색~ 이쁘다. 나름 단단한 플라스틱 재질의 망이라서 셀프설치 그리 어렵지 않단다. 그래서 대략 우리 집 실외기를 제대로 씌울 만큼의 크기를 재서 비용이 약 5만 원 들여 주문한 거 같다. 셀프청소 후(예: 아파트는 물로 하면 안 된다. 청소기로 빨아들이던지 아랫집에 창문을 잠시 닫아달라고 요청 후 빗자루질을 해야 한다) 설치했다. 청소할 때 비둘기 털도 털이지만 비둘기 집도 되었는지 엄청나게 많은 나뭇가지들을 청소했다. 일단 비둘기 퇴치망을 흰색으로 씌우고 나니 어찌나 이쁘던지... 그러나... 몇 달 후 하얀 꿈은 온데간데없이 날아갔다. 나름 비둘기가 앉지 않게 한다고 사선으로 설치했는데 그 모서리에 모여서 쉼을 할 줄이야. 게다가 볼일까지 보니... 하얀 꿈은 누런 똥꿈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훨씬 더 많은 똥덩어리들을 보았다. 비둘기가 실외기 안으로만 안 들어올 뿐이지 창문을 열 수 없는 현실은 똑같았고 똥은 망사 안으로 계속 들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계속되는 에어컨의 문제들

     

    6~7년 전부터 에어컨이 매년 말썽을 부렸다. 바람이 시원하지 않을 때도 있고 천장형 에어컨에서 물이 떨어지기도 했고 에어컨 전기퓨즈가 나가기도 했고 그래도 문제가 생기면 서비스센터를 불러 해결을 했고 나름 그럴 수 있지 생각했고 실외기와 비둘기 터전이 같아서 벌어지는 일인 줄 알고 청소도 시작했고 퇴치망을 씌운 후는 실외기 안으로 비둘기가 안 오니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3~4년 전부터 시작된 이상하게 가스누수가 어딘가에 있기 시작했고 그게 그렇게 빠지는 게 아닌데 싶다가도 기사님도 오래 써서 그럴 수 있다고 조금만 채워주면 잘되었기에 그런대로 살았는데 작년에 한창 더울 때 갑자기 에어컨 바람이 안 시원해서 겪었던 걱정에 혹시나 싶어 에어컨을 틀었고 바람이 안 시원함을 알게 돼서 안전하게 가스를 채워야겠다 싶어 서비스요청을 했다. 아예 가스통을 구비해서 와주셨으면 좋겠다 요청해선지 무거운 가스통을 들고 오시고 이리저리 실외기를 보시다가 "어? 실외기 가스통이 구멍이 난 거 같은데요? 이 정도면 가스를 채워도 하루 이틀 만에 다 다시 나갈 거예요." 하시는 게 하닌가. 맨 처음엔 알아볼 수 없었다. 기사님이 여기예요. 여기. 해도 내가 뭘 알겠는가. 그런데 실외기 가스판 교체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게 문제. 우리 집 특성상 실외기가 외부(밖)에 있어서 위험수당까지 지불해야 하는 안전수칙과 루프 타는 기사님 출장비까지 드려야 하는 상황이라 (안전이 최고) 50이 넘는다는 말에도 어쩔 수 없었다. 제발 이 발견한 것만 해결되면 에어컨 문제가 해결이 되어야 할 텐데...

     

    그동안의 모든 고생이 다 비둘기 똥이 원인이었어

     

    일주일 후 기사님들이 출동하셨고 실외기 가스판을 분리해서 자세히 알려주셨다. 비둘기 배설물이 원인이에요. 이게 한두 군데가 아니네요. 이건 한 해 두 해 문제가 아니에요. 배설물들이 묻으면 잘 지워지지도 않고요. 그때부터 가스판은 부식이 되었을 거예요. 이젠 손을 쓸 수도 없을 만큼 여러 군데가 되었고 이렇게 밖에까지 보이게 되었다는... 왜 이제까지 기사님들은 모르셨을까요? 많이 새어 나와야 보이는 거라 그랬을 거라고... 그래서 비둘기 퇴치망을 실외를 덮는 것으로는 안된다고 전문기사님을 따로 불러서 비둘기 퇴치망을 다셨으면 좋겠다는 충고도 해주셨다. 그래서 미련 없이 큰돈 들여 실외기 가스판도 교체하는데 비둘기 퇴치망 전문가를 서치 해서 불렀고 맘 같아선 에어컨 실외기 교체날에 받고 싶었으나 망을 설치하기 전에 주변을 다 청소하고 소독하고 망을 설치하는 거라 소음 때문이라도 늦어지는 오후에는 못한다는 것이었다.

     

     

     

    비둘기 퇴치망 설치전 청소하고 시멘트 가루가 날리지 않게 빨아들여요.소음은 있어요.

     

     

    비둘기는 걸어서 들어온데요

    비둘기는 이렇게 베란다 난간을 걸어서 오른쪽 사진의 틈으로 들어가려고 노력한데요.

     

     

    아침 9시. 장비를 쫙~ 들고 오신 비둘기 퇴치망 설치기사님.

    아니 이 정도로 장비가 필요한 문제인가? 한데 스팀청소를 하면서 집 안으로 물이 튈 수 있으니 주변에 물건들을 다 물러달란다. 이웃들에게 피해를 안 주려고 방향을 우리 집 안쪽 방향으로 스팀총도 쏜단다. 그렇구나. 상상이 안 갔지만 기사님의 작업하시는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치과 가서 충치치료를 받을 때 보면 많은 이물질을 빨아들이는 석션작업을 아는가? 바로 딱 그렇게 하신다. 기본적으로 흡입청소기를 작업하시는 곳에 틀어놓고 스팀총을 빠르고 강렬하게 뿌리시며 에어컨 실외기 사이도 한쪽을 살짝 들었다 놓으면서 밑에 있는 바닥 작업과 벽작업을 차례차례 진행하시고 나중에 망을 고정할 드릴질에도 시멘트 가루가 날리면 안 되니 한 손에 흡입청소기를 한 손엔 드릴을 능숙하게 작업하신다. 신기할세... 소음은 뭐 장난 아니다. 아파트라 그런지 대대적인 공사가 이뤄지는 중으로 들린다. ^^; 그래도 기본적으로 이웃들에게 피해 안 주려고 애쓰시면서 작업하는 것을 보니 감사했고 이래서 뭐든 전문가가 해야 하는구나 싶었다. 개인적으로 뼈저린 그동안의 경험이 아니었으면 이번에도 셀프로 했으려나? 아니 아니 안니 된다. 몸고생 마음고생 그만하고 이런 건 돈을 써야지. 우리 집이니까... 망을 설치 후 비둘기가 장소와 냄새를 기억하고 다시 계속 한동안 오려할꺼기때문에 비둘기가 걸을 수 있을 만한 공간은 뾰족 이를 다 설치해 주셨다. 네? 비둘기가 걸어 들어온다고요? 그렇다는. 우리 베란다 난간도 다 비둘기가 걸어서 작은 틈에도 계속 노리고 들어온데요. 틈틈마다 다~ 비둘기는 익숙한 곳의 채취를 쉬이 잊지 않는다 내요. 그래서 계속 한동안 그 틈들을 탐색할 거라고. 그래서 커튼도 쳐놓지 말라고. 커튼을 치면요. 그걸 그냥 벽이라 인식하고 더 편하게 걷는다고. 옴마야~~ 그리고 또 알게 된 팁~!

     

     

     

    가운데 사진을 보면 틈이 보이줘? 이틈도 비둘기가 노릴 수 있다내요. 세상에나~~

     

     

     

    왜 시커먼 검정망을 사용하세요?

     

    하얀 망은 빛을 튕겨서 쉽게 누레지고 빨리 부식돼요. 그러나 검은 망은 빛을 흡수해서 누레지지도 빨리 부식되지도 않아요. 학교 같은 곳에 미간상 작업 때문에 검정은 안된다. 필히 하얀색으로 해야 한다고 교장선생님이 우기고 우겨서 책임 안 진다고 각서 받고 해 드린 적 있데요. 결국 다음 해에 다시 해달라고 연락 왔다고 그러니 고객님이 우겨도 어쩔 수 없다고 그래서 물어보지 않고 그냥 검은색 설치하는 거예요. 그런데 솔직히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사실 에어컨 실외기 교체작업 때문에 기존에 설치한 나의 하얀 망을 때면서 느낀 게 있기 때문이다. 유심히 안 봐서 몰랐는데 때면서 보니 으스러졌다. 좀 힘을 주면 어떤 부분은 툭 부러져서 놀랐다. 위험할까 봐 에어컨서비스센터기사님이 장갑 낀 손이라 거둬주셔서 구부려주셨는데(대용량쓰레기봉지에 넣어야 해서) 그 잔해가 떨어져서 그 청소작업도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검은색 망이나 하얀색 망이나 이젠 난 신경도 안 쓰고 싶다. 비둘기가 똬리 틀지 않는 내 에어컨 실외기만으로도 만족만족 대만족~이기 때문이다. 완성 후 모습을 보니 이건 전문기사님이 해주는 게 답인 거 같다. 뭐 사람들의 사는 방법은 다르니까. 솔직히 오래된 아파트는 개인이 설치하는 거보다 전문기사님이 해주시는 게 안전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아~ 비둘기 퇴치망 설치는 현금으로 30만 원 계좌이체 드렸어요. 청소부터 설치까지 모두 너무 만족이에요. 리뷰 찾아서 빨리 오실 수 있는 기사님 불렀고 혹시나 해서 연락처 신랑에게 물어봤는데 저희 해주신 분 연락처를 잃어버렸어요.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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